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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살아남기

with코로나 - 숨이 확 트이는 옥상정원을 찾아서

안녕하세요.

슬기로운 베트남 생활 3년차입니다.

 

이 아파트에 3년째 살고 있는 우리는 9살 딸내미 덕분에 거의 매일 광장에 나가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퀵보드, 줄넘기 등등 비만 오지 않는다면 나가 놀았었다.

이 동네꼬마의 놀라운 친화력은 같은 아파트 입주민 딸아이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엄마들은 거의 다 인사하고 다닐만큼 광장에 미친 존재감이었다. 이름을 알지 못해도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화는 쉼없이 이어지고, 아이들은 친구가 되었었다.

앞머리가 홀딱 젖어 마치 물미역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듯했지만, 넓은 광장 울타리안에서 동네꼬마들은 안전하게 뛰어 놀았다.

 

날씨가 더운 나라이다 보니 해가 떨어진 후 저녁을 먹고 나가면 저녁운동 나온 사람, 산책나온 강아지, 놀러나온 친구들 ,수다 삼매경 엄마들로 늘 붐비고 시끌시끌 했었다. 코로나 4차 확산이 있기 전까지는........

 

얼마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입주민께서 아파트에 옥상정원이 있다고 알려줬던게 기억이 나서 언제 신발을 신었었는지 조차 기억이 희미해지는 딸내미를 데리고 가보기로 했다.

오후 5시쯤.. 

엘리베이터 40층을 누르고 잠시후 문이 열린다.

비상계단 출입문을 여니 깜깜하다. 첨 가보는 곳이라서 나도 살짝 긴장을 했는데, 딸내미도 긴장이 되었나보다.

생각보다 겁이 많다.

계단을 올라 41층 출입문이 2개가 보였다.

문 하나를 열고 나갔는데 출구가 없다.

50%의 확률인데, 역시 난 또 꽝이다. ㅋㅋㅋ 

다시 다른 출입문을 열었다. 우~~~와~~!! 집 현관문도 나가보지 않았던 딸내미가 다른 차원의 문을 통과한 듯 펼쳐지는 광경에 탄성이 나온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그냥 평범한 곳이었을 것인데, 이마저도 소중한 듯 했다.

별 기대를 안해서였는지.. 오랜만이라 반가웠는지.. 딸내미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우와~~ 엄마 여기 사진 맛집이네"

이 꽃 너무 이쁘다~!!

이꽃도 이쁘다.. 넓진 않았지만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다닌다.

자는건가??? 나비가 날아가지도 않는다.

너무너무 신나하는 딸내미를 따라 나도 이곳저곳을 찍으며 다녔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올해는 더운지도 모르고 가는구나. 딱~ 좋다.

아무것도 아닌 이곳에서 맞이하는 이 기분은 마저 소중하고 행복하다.

 

내일은 줄넘기를 가지고 오자고 딸내미랑 약속했다.

너가 좋으니 나도 좋다~~!!

 

길지 않은 시간 머물렀던 자리지만, 부딪히는 사람도 없었고, 둘만 함께했던 집이 아닌 다른 공간..자유를 느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런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지 않을까?

 

당분간 이 곳을 자주 찾을 듯 하다.

여러분의 소확행은 어디인가요?